페이스북에서 본 좋은 글을 글쓴이의 허락을 받고 퍼왔다.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과 주니어란 어떤 존재인지 알려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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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탑 클래스와 함께 일해보며(Focus on impact)
"그 친구는 실리콘밸리에서도 Top level이야."
자문으로 갓 모신 구글 출신의 알렉스가 내게 말했다. 오! 페이스북, 우버, 테슬라에서도 높게 평가받은 Product guy! 난 일단 닥치고 배워야겠다고 생각했고, 얼마 후 그 실리콘밸리에서 온 친구를 만나 몇 개월 간 함께 일하게 되었다.
함께 일한 후 머지않아 우린 조직 내 있던 질병을 발견했고, 우린 그 친구와 함께 이 질병을 치료하게 되었다. 그 질병의 이름은 '비효율'.
사업을 하다 보면 초기에 새로웠던 가치들이 점점 오래된 연인처럼 권태로워진다. 그러면 그사이를 새로운 가치와 프레임워크가 자리 잡게 된다. 그게 더 재밌고, 심리적으로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안정감을 제공해준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뒤섞이다 보면 오히려 기본을 해치곤 한다.
예를 들어, 'OKR을 도입할 땐 매주 시작, 점검, 축하 회의를 추가해야 해' + '어떤 스타트업을 보니까 중요한 회의 전에 아이스브레이킹 타임을 30분간 진행하고 그게 도움이 된대' + '일주일에 최소 한번은 팀원과 진지한 1:1 미팅은 필수적이야' = 좋은 건 죄다 때려 박았는데 실제론 미팅만 하고 일할 시간이 부족한 회사. 우리는 이러한 비효율의 질병을 겪고 있었고, 이 친구는 다시금 '기본'을 되새겨줬다.
그럼 그 기본은 뭘까?
그건 어떠한 프레임워크가 생기더라도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며 변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그건 바로 'Growth'며, Growth = 임팩트/리소스라는 심플한 물리학적 분모/분자 관계다. 분자는 고객 수 또는 매출 등 핵심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분모는 시간, 심리, 에너지, 비용 등일 것이다.
이 관점에선 OKR도, 회의 전 아이스 브레이킹도, 진지한 1:1 미팅도 Growth를 위한 가설일뿐이다. 가설이니까 도입해보고 Growth에 도움을 주면 계속 디벨롭하는 것이고 아니면 빼면 된다. (확실히 워터루 공대생 출신다운 발상이다)
이 분자/분모의 공식은 또 Optimization(경험, 데이터에 기반, Low risk low return)과 Innovation(시장과 사람, 직관에 기반, High risk high return)의 2가지로 구분된다. 전자만 하면 비전 없는 회사고, 후자만 하면 도박이다. 중요한 건 비즈니스의 모든 걸 이 기본적인 관점으로 생각하는 습관화다.
이 관점에 기반해 내가 이 실리콘밸리 친구에게서 배우고 관찰한 3가지를 공유해볼까 한다.
첫 번째, 쓸데없는 건 없앤다. 시작은 회의부터.
(회의는 브레인스토밍하고 설명하는 시간이 아니라, 의사결정을 위해 논의하는 시간이다)
이 친구는 행동에 군더더기가 없고 쓸데없는 짓을 안 한다. 그 중 특히 인상 깊었던 건 회의 방식이다. 그는 회의를 단순히 'decision을 내리는 공간'이라고 정의한다.
그의 회의 방식은 꽤나 심플한데, 회의 전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어떤 선택지들과 제안이 있고 그 근거가 뭔지를 우선 공유하고 결정권자가 이 제안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만 회의를 진행한다. 이에 따르면 회의가 시간 낭비일 때는 3가지다.
목표가 불문명하거나,
생각 없이 만나거나,
전부 동의하는데 굳이 쓸데없는 메모하는 회의
감히 말하건대, 어떤 회사의 수준을 알고 싶다면 그 회사의 회의에 참여해보라. 명확한 아젠다가 있는지, 회의참여자 모두 이 아젠다를 공유하고 있는지, 미리 사전 내용이 공유되었는지, 쓸데없는 내용으로 흘러가진 않는지, 회의 시간은 잘 지키는지.
우리 큐피스트도 명확히 회의 시간을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고 나름대로 이 부분에 자부심이 있는데, 이 친구는 회의 자체를 없애버렸다. 우리는 이 규칙을 받아들여 매주 진행하는 '주간 회의' 자체를 생략하기로 했다. 만약 주간 회의를 한다면 모두 각자의 금주 프로젝트와 근거를 읽고 피드백이나 이견이 있을 경우만 하기로. 불필요한 일일 스탠딩 회의도 제거했다. 더 이상 월요일이 부담스러워지지 않은 건 덤.
두 번째, 임팩트에 집중한다
(Leadership이 할 일은 사실 1년에 아주 임팩트 있는 2~3개의 결정을 하는 것이다)
한국 비즈니스의 잘못된 생각 중 하나는 '주니어 = 시키는 걸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이 생각은 심각한 재앙을 초래하는데, 이대로라면 리더가 주니어의 디테일을 잡아줘야 하고 더 임팩트 있는 조직 차원의 결정에 고민할 여유가 없어지고, 주니어는 타성적으로 바뀌고 성장하지 못한다.
(하필 내가 이 친구에게 위 피드백을 받을 때 광장에서 우리 CTO와 프로덕트 헤드가 주니어 디자이너의 디테일한 요구사항을 일일이 체크해주며, 피드백해주는 친절한 모습이 보였다. 이 친구는 그 광경을 '재앙'이라고 표현했고, 나 역시 그 재앙이라는 충격 속에서도 그 친절한 광경에 헛웃음이 나왔다)
리더는 시키는 사람이 아니고, 주니어는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이 아니다. 리더는 넓은 범주에서 임팩트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사람이고, 주니어는 그 범주 내에서 스스로 임팩트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리더에게 그 근거를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조차 못하는 주니어는 과감히 OUT.
이 친구가 우버에서 PM Lead 역할이 된 후 초기에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한다. '넌 최대한 일을 줄이고,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큰 방향 2~3개만 결정해. 그게 네가 할일이야. 근데 그 결정 잘못하면 넌 OUT이야.'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 했다. 평소 주 60시간 이상을 일하다가 40시간만 일하는 그 여유로운 불안감. 하지만 임팩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그 2~3개의 큰 결정을 만드는 리더의 여유가, 100시간을 넘게 일하는 리더의 치열함보다 크다.
나 역시 CEO는 조직에서 가장 독하게 오래 일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CEO의 태도가 조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심플하게 '성장=임팩트/리소스' 차원에서 생각해보면 독하게 일하는 근면성실 역시 '임팩트'를 위한 도구일 뿐이며, 오히려 CEO는 여유를 가지며 중요한 2~3개의 결정을 하는 것이 훨씬 임팩트가 클 수 있다.
세 번째, 유연함
(회의는 그 주제에 가장 임팩트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지, '리더끼리, 팀끼리'하는 것이 아니다)
관료제는 매우 효율적인 도구지만 마찬가지로 이 효율성도 성장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그리고 우린 알게 모르게 이 효율을 위해 임팩트를 포기하곤 한다. 예를 들어 프로덕트에 대한 전략 회의를 고정적인 리더들만으로 진행한다든지.
이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프로덕트 아이데이션 회의할 건데요. 그냥 아무나 재밌는 아이디어 있는 사람들 다 참여하세요. 꼭 큐피스트 구성원 아니어도 돼요. 다른 회사 사람도 괜찮고 유저도 괜찮아요. 그냥 좋은 아이디어 낼 수 있으면 돼요.'
프로덕트에 대한 전략 회의는 리더가 아니라, 프로덕트에 대한 임팩트를 가장 잘 낼 수 있는 사람만 있으면 된다. 물론 그게 리더일 순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직급이 높다고 무조건 모든 중요한 회의에 참여할 필요도 없다. 단지 적합한 사람을 적합한 곳에 참여시키면 된다.
마케팅팀 회의에 마케팅에 관심과 인사이트가 많은 엔지니어가 참여할 수도 있다. HR 회의에 HR에 관심과 인사이트가 많은 디자이너가 참여할 수 있다. 그게 임팩트만 있다면 얼마든지 유연해져도 되는 것이다.
이 실리콘밸리 친구에게 배운 3가지를 통해 우린 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일을 할 때 나 스스로에게, 또 동료에게 습관적으로 물어보게 되었다.
'그래서 그거 왜 해야 해요? 임팩트 있어요?'
원글 : www.facebook.com/iamzenon/posts/3910037532387742
추가적으로 알게된 브런치 글 : brunch.co.kr/@iamzenon/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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